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분식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학교가 끝나고 먹던 떡볶이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요즘 들어 그 떡볶이 맛이 그리워서 이곳저곳 다녀도 보고 떡볶이 전문점에서 배달도 시켜보았지만 그런 맛을 내는 또 그 시절 그 메뉴를 가지고 있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분식이라 하면 떡볶이, 튀김, 오뎅, 순대, 김밥, 라면은 당연히 있어야 하며 더불어 쫄면까지는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이 7종 메뉴가 있는 집이 어디 있나 한참 찾다가 우연히 자주 가는 대학로에서 발견하고는 기뻐서 포스팅을 올린다.
아이들과 서울에서 어디를 가야 하나 찾아보다가 연애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 대학로는 정말 매일같이 왔었는데 - 오랫만에 방문해서 추억을 끄집어 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차를 타고 대학로로 왔다. 물론 대학로에는 주차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공공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학로 분식매니아의 위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정문 바로 맞은편에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건물 1층이다. 주변에는 이디야커피, 파리바게뜨, 꽃집, 백다방, 맘모스커피, 에그드랍, 둘둘치킨이 위치해 있다. 써보니 커피집만 파리바게트를 포함해서 5개가 있다.
내가 찾는 분식집 답게 간판 아래 "떡볶이 / 튀김 / 김밥 / 순대 / 오뎅"이렇게 현수막이 걸려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런 현수막은 정말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더 정감이 간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서서 먹을 수 있는 조그만 식탁이 있는데 이게 더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 또 길거리에서 바라보는 떡볶이의 색은 왜 이렇게 빨갛고 주황색이고 윤기가 흐르는지 저게 밀떡인지 쌀떡인지 보기만 해서는 정답을 맞히기가 상당히 어렵다.
추억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들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이고 식사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다른 손님은 없었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고 앉아서 주문을 했다. 학생때는 밥을 두 그릇씩 먹고도 떡볶이 라면이 다 들어갔는데 이제는 점심을 먹어서 그런지 많이 시키기가 부담스러워 김밥과 냉면을 시켰다. 나는 비빔냉면, 와이프는 물냉면, 아이들은 불고기 김밥. 쫄면을 먹으려다가 사장님께서 여름도 다가와서 냉면 양념장을 새로 만들었는데 맛있다고 하셔서 특별히 냉면을 시켰다. 한식 냉면집과는 다르게 분식집만의 달콤하고 새콤한 냉면 맛이 있는데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하고 넘어가서 사장님 말을 듣고는 도저히 안 시킬 수가 없었다.
블로거가 사진 찍는걸 깜박하면 어쩌라는 것인지... 도저히 새콤한 향기를 뿌리칠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비벼서 한입 먹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와이프도 똑같이 먹었다. 푸하하하. 사진 찍고 먹기로 분명히 약속했는데 블로거가 사진도 안 찍고 먹으면 어떡하라는 거냐며 신나게 웃으면서 맛있게 먹었다.
맛은 서두에 이야기한 학창시절의 맛이다. 냉면은 새콤달콤, 불고기 김밥은 두께가 굵고 불고기도 많이 들어있는 게 김밥 전문점과 비교해도 양과 맛이 뒤지지 않았다. 사실 떡볶이, 순대도 같이 먹고 싶었으나 점심을 먹었기에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서 다음을 기약했다.
반찬은 처음에는 셋팅해주시는데 그다음부터는 셀프로 가져와야 하고, 메뉴판 옆에는 대학로여서 그런지 유명인의 싸인도 걸려있었다. 사실 사진을 뚫어지게 보았는데 대부분 누군지는 잘 모르겠고 배우 오만석이라고 쓰여있는 싸인이 있어서 오만석 씨가 대학로에 왔네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집만의 특별한 점이라면 김치는 직접 담근 김치만 사용한다고 한다. 요즘 음식점에서 대부분 중국산 김치를 쓰는데 직접 담근다고 하니 사장님의 정성이 보이는 부분이었다.
필자가 방문했을때는 연세가 조금 있으신 여자 사장님께서 혼자 음식을 하셨는데 다리는 조금 불편하신지 절뚝거리셨지만 음식을 하는 스피드가 엄청났다.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만드시는걸 좀 보고 있었는데 - 냉면과 김밥 한 줄이 엄청 많은 양은 아니지만 - 면을 삶고 야채를 썰고 김밥을 말고 하는 손을 보고 저런 게 음식 내공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만 요리를 해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요리실력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와서 맞은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산책을 했다. 좀 많이 먹었나? 쉽게 꺼지지 않는다. 맛도 맛이었지만 오랫만에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점을 찾은 느낌이랄까? 떡볶이 전문점도 김밥 전문점도 아니고, 배달을 하지도 않지만 가끔 대학로에 간다면 들리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떡볶이, 튀김, 순대를 먹어보고 싶다.
아! 그리고 뒷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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